정보보호대학원의 신임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윤인수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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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언제나 많은 것을 바꿉니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저는 어느새 학부 졸업을 앞두고 있고, 같은 동아리의 선배들은 대학원에 입학하거나 벌써 학위를 취득하여 다른 곳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시간의 흐름이 비단 학생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년 우리 학교로 오시는 새로운 교수님들도 계시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정보보호대학원에 올해 초 새롭게 부임하신 교수님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져볼까 합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5월 1일부로 KAIST 정보보호대학원 겸임 교수로 임용된 윤인수라고합니다. 현재는 해킹 연구실(https://hacking.kaist.ac.kr)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을 직접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이라 물어볼 질문이 많은데요. 우선 지금 연구하고 계신 분야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네. 저는 지금 해킹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드리자면 실제 해킹을 기반으로 이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해킹을 시스템화하고 자동화하며, 해킹으로부터 시스템을 안전하게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Pwn2Own 대회에서 사파리 브라우저 공격에 성공
Pwn2Own 대회에서 사파리 브라우저 공격에 성공 트위터
정보보호대학원이라는 이름에 정말 걸맞는 연구를 하고 계시네요.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가지고 계셨나요?

아마 학부생 시절부터였을 거에요. 제가 이곳 카이스트 08학번 출신인데 그때 입학해서 들어갈만한 동아리를 찾다가 우연히 GoN이라는 해킹 동아리 포스터를 보고 들어가게 되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물리를 공부하다 대학와서는 평소 관심을 가지던 전산학을 하겠다 마음을 먹은 상태라, 가서 전산을 배울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들어갔습니다. 막상 들어가서 보니 제 생각과는 조금 달랐지만 적성에도 맞고 재미도 있더라구요. 그 곳에서 부원들과 CTF(Capture The Flag)라 불리는 해킹 대회들에 참여하며 지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지식들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이 지식들을 더욱 발전시켜 자동화하고 시스템화하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지금까지 이어온 것 같습니다.

KAIST 해킹 동아리 GoN
카이스트 학부생 출신이시라니 그럼 제 선배님이시기도 하네요. (웃음) 그럼 학부생 이후에도 계속 카이스트에 계셨나요?

아니요, 학부를 졸업한 뒤에는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시스템 해킹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김태수 교수님 밑에 있었는데 그 분도 카이스트 출신이십니다.

카이스트와의 연결고리가 계속 있으셨네요. 그럼 본교에 돌아와서 교수님이 되셨을 때 감회가 조금은 더 새로웠을까요?

즐거운 것 같습니다. 제가 기억하던 학교의 옛 모습과 달라진 모습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그 분들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제가 수업들었던 교수님, 그리고 학교에 계시는 다양한 분들 (매점 사장님들과 같은) 분들을 뵙는게 매우 반가웠습니다.

제가 졸업한 모교를 다시 찾는 기분과 비슷한 것 같네요. 지금의 생활이 대학원생 생활에 비해 어떤 점이 다른지도 궁금합니다. 생활의 변화를 가장 최근에 겪으셨으니 보다 사실적으로 말씀 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바빠졌습니다. 강의를 하면서 수강생들과의 미팅 시간도 가져야 하고, 다른 회의 시간도 꽤 있고, 또 학생들 지도도 해야 하니까요. 연구를 직접 할 수 있는 시간은 당연하게도 대학원생 시절보다 조금은 줄어든 것 같아요. 심지어 제가 3개월 전에 둘째가 태어나 지금 육아도 병행하고 있다 보니 개인적인 삶 또한 학생 때보다 더 바빠졌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맛있는 것들을 보다 자유롭게 사먹을 수 있게 되었죠. (웃음)

오 조금은 의외의 답변인 것 같아요. 저는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어서 좋다’와 같은 점을 말씀해 주실 줄 알았는데.

당연히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죠. 그렇지만 저는 대학원시절부터 하고 싶은 연구를 했던 편이라 그 점은 크게 바뀌진 않은 것 같아요.

그럼 이번학기도 강의를 맡고 계신건가요? 어떤 과목인지 궁금하네요.

이번 학기에는 전자과 학부생들에게 아주 악명높은 전프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프구… 저도 주변 친구들에게 하소연 많이 들었습니다. 어떠신가요.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수강생들에게 좋은 교수님이신 것 같나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좋은 교수가 되려고 노력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과목 자체가 정말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가 학부시절에 들었던 전산과의 ‘시스템프로그래밍’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꽤 저학년에 듣는 수업인데 바로 C언어와 시스템 프로그래밍을 같이 배워야 하다 보니 구조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죠. 그렇지만 충분히 학생들이 해낼 수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하고, 또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국 힘들었을 때 가장 배우는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부한 말이긴 합니다만 힘든 만큼 나중에 얻어가는 것 또한 많은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QSYM 베스트 페이퍼 어워드
확실히 카이스트에 대한 이해도가 넓게 깔려 있으시네요. 교수님이 되어서 본 카이스트 학생들은 어떤가요?

이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카이스트에 있는 학생들은 정말 우수한 친구들이 맞습니다. 제가 연구를 진행하던 조지아 공과대학의 연구실은 여건이 좋은 곳이에요. 연구 환경도 좋았고 결과도 꽤 잘 나왔으니까요. 그렇지만 그곳에서 연구하는 학생들이 카이스트에 있는 학생들과 크게 다르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크게 더 똑똑하거나 명민한 느낌은 없었어요. 저랑 같이 교수가 된 타 학교 교수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희 학교 학생들이 얼마나 우수한지 점점 더 느끼게 되더라구요. 덕분에 굉장히 행복도 높은 교수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당연한 듯 하면서도 조금은 멀리 있는 것 같은데, 그럼 교수님이 보시기에 연구에 있어서 어떤 점들이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하시나요?

학부 학생 시절에는 똑똑함이 성취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학습을 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시험을 치면서 평가를 받다 보니까. 그렇지만 대학원 생활과 연구는 그렇지 않습니다. 연구란 아무도 모르는 것을 풀어야 하고, 또한 아무도 풀지 못한 문제를 찾아내야 하니까 이미 정제된 지식을 잘 학습하고 소화해내는 것과는 또 별개의 문제죠.

이런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똑똑함보다 결국 열심히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 사이에 당연히 똑똑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편차는 연구에 있어서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매우 미미한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카이스트에 오신 학생들은 충분히 다 똑똑하다고 생각해요. 연구에 대한 꾸준하고 열렬한 태도가 오히려 훨씬 중요하죠.

결국 연구의 주체는 본인이니까, 보다 능동적이고 성실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교수님들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교수님들이 학생의 연구를 모두 해줄 수는 없어요. 그럴 시간도 없거니와 보통 한 명의 학생만 있는게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그 대신 교수님들은 이미 그 대학원생이 걸어갔던 길을 걸어가본 분들이에요. 아주 똑같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비슷한 분야의 범위 내에서 말이죠. 연구 과정에서 고민이나 문제가 생긴다면 충분히 해결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수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어떤 상황과 씨름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학생들을 많이 관리하고 있기도 하고 직접 말해주기 전까지는 당연히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교수님들과 긴밀한 소통을 지속적으로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직접 질문하고 상담받는 그런 약간은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 교수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마세요. 교수님들은 누구보다도 학생들의 연구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입니다.

2015년 데프콘 우승
지금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공부와 연구를 조금은 다른 시간으로 보게 되네요.

맞아요. 공부와 연구는 서로 비슷한 면을 공유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아주 다릅니다. 연구를 하려면 공부를 해야해요. 그렇지만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공부를 끝내고 연구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아직 연구를 하기에는 모자라다고 느끼고 더 공부를 해야한다고 말하지만, 제가 보기에 일반적으로 카이스트의 정규 커리큘럼을 정상적으로 소화한 학생들은 연구를 진행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물론 연구과정의 세세하고 구체적인 부분을 공부하긴 해야죠. 전문적인 지식들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니까요. 그렇지만 그 지식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 책을 빌려서 읽고, 부족한 것 같아서 또 다른 책을 빌려서 읽고 하면 연구 진행이 안됩니다. 세상에 지식은 무한하고, 그 지식을 다 얻은 뒤에 연구하려고 하면 늦어요. 공부를 하는걸 즐겨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하지만 그걸 이제 필요에 의해 공부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은 선상에 있지만 확실히 그 성격이 다른 것 같네요. 그렇다면 교수님이 연구할 때 이것만큼은 꼭 지킨다 이런 것이 있을까요. 연구에 임하는 태도라던가 법칙이라던가 그런 것들요.

이것은 저희 연구실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었는데, 연구를 체계적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연구라는 것은 처음 맞닥드려보면 거대한 미로처럼 느껴집니다. 잘못하면 같은 곳을 계속 맴돌거나 이상한 곳에서 길을 잃고 막히게 되겠죠. 연구에 압도당하지 않으려면 그 문제를 잘 분석하고 다양한 방향으로의 가능성을 체크하면서 본인이 어디를 걸어오고 있는지 꾸준히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다보면 반드시 이 미로를 탈출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 대신 미로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연구가 조금은 간단하게 보일 때가 있을거에요.

2018년 데프콘 우승
교수님의 연구실에 들어가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말씀들을 많이 들을 수 있겠네요. 큰 연구에 진지하게 임해본 적 없는 저에게도 정말 큰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으신 말씀 더 있을까요?

제 본교인 카이스트에 돌아오게 되어서 반갑구요. 이토록 우수한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도 내년도 대학원 입학생을 받게 될텐데 다양한 친구들과 재미있고 색다른 연구 많이 해보고 싶네요. 오늘 저의 이야기가 연구를 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마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제가 보증할게요. (웃음) 그럼 저희는 다음 기회에 또 뵙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재밌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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